2001년 7월 16일(월)....닌빈 호아르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내린 물기가 아직 가시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날씨는 좋을 것 같다. 오늘은 햇빛이 노출된다 하여 썬크림을 열심히 발랐다.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93㎞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트남 고대 도시 <닌빈 호아르(Ninh Binh Hoa Lu)>로 향했다.
먼저 고대 왕궁터부터 둘러 본다. 내리자 마자 아이들이 모여든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구걸행위가 벌어진다. 아이들 틈을 헤집고 겨우 유적지에 도착했다.
고대 왕궁터에 500m 정도 간격으로 비교적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사찰 두 개가 있다. 이 사찰은 각각
티티엔호앙왕과 레다이한왕을 위해 헌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사원은 피반산과 엔구와산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딘킨사원과 린킨사원을 일컫는다. 딘킨사원 앞뜰에는 용 모양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당시 국왕 행차시 이 동상의 두 팔과 다리에 깃발과 실타래
등을 걸어 놓고 왕을 맞았다고 한다. 매년 음력 3월 10일에는 베트남 전역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호아르 지역
사찰로 모여들여 딘왕조와 레오아조 여러 왕들을 받드는 제사와 축제를 연다. 우리의 가이드 정은 이런 역사는 잘 모른다. 설명이
어설프기만
하다.
다음은 사공 2명(주로 부부가 번갈아 가며 노를 저음)이 장대 노를 젓는 4∼5인승의 '삼판'이라
불리는 나룻배를 타고 데이강과 반상강 물줄기를 따라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지는 운하를 거슬러 오르내리는 유람길에
올랐다.
수중 협곡 주변에는 드문드문 인가도 있고, 신기하리만큼 벼가 자라는 곳은 진흙 더미처럼 단단하여 벼를 지탱해 주어 협곡의 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 물이 저렇게 많은데 벼가 썩지는 않는지... 논누옥산맥과 칸듀산맥이 이어지는 주변 산악지역에는 바위산들이 둘러싸여
있어 하롱베이와는 또 다른 감회를 준다. 일렬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질서있게 노를 저어 나가니, 저 사람들에 비해 너무
호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도 나누며, 주변 풍광을 둘러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잠시 내려서 배를 이동시켜야 한다. 호텔에서 가져온 수건이 작은 배안에서의 불편한 자리를 메꾸어 준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배를 다음 행선지로 이동시켜 다시 배에 오른다. 이어지는 일행들과 다른 관광객들의 행렬이 오히려 묘미를 더해 준다. 호아르 일대 운하 나룻배 유람에 있어서 여러 관광명소 중 백미는 지하 수중 동굴지대인 땀꼭(Tam Coc)지대라고 할 수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벌겋게 익어가던 사람이 차거운 냉기로 식혀 갈 수 있는 곳이다. 단조롭기만 한 것도 아니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여정의 끝에서 되돌아 온다. 그 곳에서는 과일이나 음료수를 파는 사람들이 우리를 맞고 있다. 사공들에게 사주라는 사람들부터.. 집요하기만 하다. 공산국가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가하는 사회로 가다 보니 오히려 관광객에게는 강요에 가깝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되돌아 온다. 사공들은 배를 젓는 것도 예술이다. 힘들면 발로도 젓고, 긴 장대로 길을 잡기도 한다. 어느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배에 있던 물품을 팔려고 한다. 수를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배나 장사에 열을 올린다.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하여 어렵사리 거절을 한다. 미안한 마음에 팁을 주니 실망한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스친다. 좋은 마음으로 여행하다 왠지 씁쓸해 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행을 끝마치고 모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선크림과 모자로 열심히 햇빛을 방어했건만 온 몸이 벌겋다. 저녁마다 오던 비는 간데 없고, 햇빛이 장렬한 닌빈 호아루의 삼판배 유람을 제대로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