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11일(목요일)…이 카
이카에 도착하였다. 작은 소도시였으나 리마시내보다 사람들이 깨끗한 것 같았다. 대학도 있었다. 이 곳에도 우리의 티코는 잘 다니고 있었고 차량에는 한글로 ‘어린이 보호 차량’이라고 되어 있는 차들도 다니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 중고차를 수입해서 쓰나 보다. C는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이카의 돌’이라는 책자를 들고 돌을 수집하고 있는 카브렐라 박사의 박물관에 가길 원하여 페드로의 안내로 찾아 갔다. 벨을 누르니 아줌마가 나와서 지금 식사중이니 3시이후에 오라고 한다. 꽤 까다로운 곳이었다.
그래서 간 곳이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이었다. 그녀는 독일인으로 사막의 그림을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홀로 사막에 바쳤다. 파킨슨병에 걸려 실명을 하면서 95세까지 일생을 바친 그녀의 박물관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소지품은 가져 갈 수 없었다. 페드로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관람했고, 그 곳에서도 미이라와 직물 등 출토품을 감상하였다. 이 곳에는 고대인의 뇌수술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뇌수술에 대하여는 리마에서도 몇번 보기는 했다. 페드로의 말에 따르면 고대인들은 병이 들었을 때 뇌수술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것이지 실지로 나은 건 아닐 것이라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도 많이 지쳐 있었다. 점심식사는 Nueva Catilla라는 곳에서 메뉴라는 것을 먹었다. 메뉴는 매일매일 정하는 오늘의 음식이라고나 할까? 점심을 기다리며 우리는 나스카 상공에서 본 ‘호기심’ 이라는 글자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과연 이 글자는 무엇이었을까? 페드로에게 물어보니 그런 글자가 있는 줄도 모른다. 우리는 호기심이라는 글자와 발음, 뜻까지 설명을 해 주었다. 한국에 돌아가 호기심천국에 물어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메뉴가 나왔다. 스파게티였다. 점심은 페드로 뿐만 아니라 운전해 주던 할아버지까지 같이 먹었다. 베낭을 모두 식당에 옮기고…
식사를 마치고 다시 카브렐라 박물관으로 갔다. 벨을 누르고 기다렸다. 양복 정장차림의 카브렐라 박사가 직접 나타났다. 인사를 하고 따라 가니 자물쇠를 열고 우리를 안내한다. 들어선 순간 그 곳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라기 보다 좁은 공간에 너무나 많은 돌들이 바닥, 선반에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카브렐라 박사는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이 아끼는 돌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간간히 C가 통역해 주는 말을 듣고 이해를 하긴 했지만 직접 설명을 해 주는 곳은 처음인 듯 싶다. 박사는 원래 의사라고 한다. 이카의 돌은 1961년 이카의 강이 범람하며 묻혀있던 돌들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곳 농민들은 이 돌을 팔아서 생계의 일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사례의 표시로 선물을 받았는데 나중에는 본격적으로 수집을 하였다고 한다. 그 돌에 그려진
그림들은 나스카라인의 지상그림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그림. 제왕절개 수술, 심장이식이라도 하는 듯한 그림, 하늘을 장악하고 있는 인간(지금의 인간과는 틀리다고 함), 별자리를 관측하는 사람, 옛날 대륙의 그림, 나스카 라인에서 보았던 그림이 이 돌들에도 그려져 있었다. 도대체 언제적 그림들일까? 감정결과 적어도 1만2천년전의 그림 이라는데… 고대에 우리보다 발달된 문명을 가진 누군가가 존재했다는 것인지? 카브렐라 박사는 자신이 의사임을 강조하며 수술장면도 얘기해 주었다. 페루 사람들은 페루에 얼마나 귀중한 문화유산이 있는 줄 모른다고 한다. 페드로는 뇌수술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지만 뇌수술을 받고 뇌가 아물어져 있는 미이라도 발견되었다니 정말 수수께끼인 것 같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을 실시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파라카스인들은 그보다 오래된 시대에 어떤 목적으로 실시되었던 뇌수술을 모방했던 것일까. 당시에 수술의 원래 목적은 이미 알 수 없었던 것일까. 파라카스의 뇌수술은 이 문화의 지식을 모방한 것일까. 원래의
의미를 잃고, 단순한 의식으로 실시된 것일까. 아니면 파라카스인들은 두개골에 구멍을 뚫으면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기 쉽다고 생각한 것일까. 두개골에 뚫은 구멍은 별개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을까. 영혼이 거기에서 빠져나와 다른 현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뚫은 구멍일까
카브렐라 박사는 발달된 고대문명이 있었음을 확신하는 듯 하다.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하여 몇 개의 돌을 찍고 박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C는 박사가 쓴 책을 하나 샀다. 새로운 미지의 문명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우리는 며칠동안 확신할 수 없는 많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유적과 유물들을 돌아 보았다.
파라카스로 향하였다. 우리의 숙소는 그 곳에 있었다. 파라카스에서 보는 일몰이 너무나도 멋지다고 하여 기대를 하였으나 시간이 점차 흐르고 있었다. 다시 사막을 지나 차는 달리고 있었다. 사막에서 지는 해를 본 적이 있는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파라카스 해변에서의 일몰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떨어지는 해를 잡으려는 듯 질주한 차는 결국 해를 따라잡지는 못하였다. 대신 멋진 사막의 석양을 바라보며 파라카스호텔에 도착하였다.
방을 배정받았다. 페드로는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페루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우리는 바로 옆방을 배정 받았고, 방 사이에는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호텔은 멋진 곳이었다. 짐을 풀고 해변가를
한 바퀴 돌았다. 미숫가루로 저녁을 먹고 우리는 여행 다녀온 소감이랄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였다. 수수께끼의 미지의 세계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였고, 그동안 영화나 TV로 보았던 관련 장면들도 얘기했다. C는 강한 이끌림에 페루를 왔다고 한다. 누군가를 만날 것만 같은 강한 이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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