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2000)

[페루]나스카

제로미의 2005. 3. 6. 18:21

2000년 5월11일(목요일)… 나스카

아침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가이드를 기다렸다. 가이드는 “페드로” 처음 일정은 나스카라인을 보기 위한 경비행기 투어이다. 페드로가 가져온 멀미약을 K와 C가 먹었다. 아침에 보아야 잘 보인다고 하였다. 경비행기장으로 향했다. 나스카는 작은 소도시 같았다. 경비행기장에서 각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나니 길 반대편으로 인도 한다. 그 곳에서 비행기 탑승에 앞서 비디오 한편을 보여 주었다. 비디오를 켜니 대우 광고부터 시작이다. 이국 땅에서 그것도 국내에서의 대우 사정과는 아랑곳없이 광고를 보게 되다니… 비디오는 나스카 라인의 설명과 마리아 라이헤 여사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다.  감상을 마치고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기장 포함 4인승. 서양인 남자 한명과 우리 2명씩 한 팀이 되어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나스카라인은 리마에서 남쪽으로 440㎞ 가량 떨어진 황량한 사막지대에 인간이 그린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엄청나게 큰 그림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새.거미.물고기.원숭이,나무,손,사람 모양의 그림과 기하학적인 도형들이다. 

AD100~600년 무렵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과 도형들은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보이지 않고 300m 상공에서만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다. 작게는 수십m에서 크게는 수십㎞에 이르는 이 그림과 도형들은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린 것일까…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곳에 그림이 있는 줄도 몰랐다 한다. 1930년 비행가기 처음으로 페루에 도입되자 나스카의 대평원 위로 새로운 비행노선이 생기며 조종사들에 의해 나스카 사막의 그림이 알려졌다. 그러나 가치를 알지 못했던 페루 정부는 1955년 이 곳에 
관개시설을 할 계획을 갖고 있을 때 독일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라이헤(1903∼1998)가 나스카라인에 애정과 열정으로 이를 막아 거대한 문화유산이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물론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가 도마뱀을 관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크기가 엄청나서 나스카평원을 걷는 것만으로는 그림 중의 일부도 제대로 볼 수가 없고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규모의 그림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학설로는 외계인의 활주로설, 세계 최대의 천문 캘린더설, 인디언들의 도로였다는 설, 고대의 관개시설이라는 설에서 고대의 스포츠 시설, 사막에서 거대한 직물을 짤 때 남아 있던 베틀의 날줄이라는 설 등 많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다고는 할 수 없으니 각자의 상상에 맡길 밖에.

나스카 평원은 다른 지역과 달리 대단히 건조하다. 연평균 강수량이 몇십mm에 불과하여 이 그림들은 원상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비가 별로 오지 않아 자갈과 흙들은 떠내려 가거나 침식되지 않고 있다. 그림을 그린 선들은 주로 산화철을 함유하고 있는 자갈로 되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의도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장기간 보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지역만큼 적당한 곳도 아마 드물 것이다. 이 평원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잡목이나 수풀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광대하게 펼쳐진 평원에 수분 없이도 자랄 수 있는 풀들이 이따금 눈에 띠는 정도라고 한다.

 

나스카의 거대한 새. 날개의 길이는 130M에 이르고 있다. 이 그림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이 그려진 면적은 대략 500km2에 이르고 있으며 평지만이 아니라 바닥이 드러난 하천의 가운데나 깊은 계곡, 바위 위 등 굴곡이나 장애와는 상관없이 정밀도가 높은 직선으로 그려져 있다. 개개의 그림들은 작은 것은 30m정도 되는 것도 있으나 정교하게 그려진 새의 날개의 길이는 130m이고 날개를 가로지르고 있는 선분의 총길이는 6km나 된다. 선 하나를 그리는 데는 몇 톤의 자갈들이 필요했을 것이며 전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수 백만톤의 자갈을 구하여 수송하여 작업했을 것이다.

경비행기를 타니 헤드폰을 씌워 주었다. 소음이 너무 심해 듣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조종사는 그림에 도착하면 한 바퀴 선회를 하며 어떤 그림인지 알려 주었다. 처음에는 외계인의 활주로였을 거라고 하는 긴 이등변 삼각형을 보았다. 다음은 눈은 동그랗고 오른손은 들고 있는 사람 모양(누구는 우주비행사라고 하고 누구는 외계인이라고 함)이 언덕에 그려져 있었다. 원숭이, 벌새, 거미, 나무, 손 등을 보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애석하게 필름이 다 되어 몇 장 찍지 못하고 열심히 보기만 했다. 30분의 비행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 유명한 유적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한글로 쓴 ‘호기심’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옆에 앉은C에게 보라고 하였다. 우리는 갑자기 신기했다. 우리 한글이 저 곳에 왜 있을까? 비행을 마치고 오니 K와 R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K가 속이 좀 안 좋은 것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차에 올랐다. 

나스카 주변 투어가 시작되었다. 페드로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칸타요. 그곳은 프레잉카시대의 수로라고 한다. 이 곳은 1년동안 10분정도 비가 내리는 지역이라고 한다. 옛 조상들이 수로를 만들어 이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작물재배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은 너무나도 맑았고 수로 주변은 동그란 돌들이 물의 길을 보호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나선형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도 동그란 돌로 이루어졌고, 물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삭막한 사막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길은 있나 보다. 

다음은 파라도네스. 이 곳은 프레잉카와 잉카 시대의 유적이 병존하고 있으며 행정구역이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발견된 미이라도 있었다고 한다. 페드로의 설명을 들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페드로는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 곳이 있는데 원하면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 곳은 조상 대대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곳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는 우리에게 제작과정을 보여 주었다. 도자기 만드는 방법은 어디나 비슷한 듯 싶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광을 내는 방법이 우리와는 틀렸다. 광물질인 돌에 코기름(?)을 발라 문질렀더니 빤짝빤짝한 표면이 되었다. 양쪽에 기둥을 세워 무슨 용도냐고 물어 보았더니 물통이라고 한다. 물이 귀한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박물관에서 내내 궁금했었는데.. 전체를 물에 담그면 물이 들어간다고 하니.. 전시실을 구경하였다. C는 100솔 범위내에서 기념품을 하나씩 사자고 한다. 모두들 하나씩 골랐다. 수지 맞는 장사였는지 아저씨는 한국말로 친구를 어떻게 얘기하냐며 우리를 친구라고 불렀다.  다시 차를 타고 이카로 향하였다. 중간에 나스카 라인을 지났다. 나스카라인을 두동강낸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지나나 보다. 라이헤 여사가 지상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전망대도 지났다. 내려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쉬웠다.

사막을 가로질러 간 곳은 HUACACHINA. 이 곳의 사막은 이제까지 보아왔던 단단한 땅이 아닌 모래 사막이었다.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원래 오아시스는 7개였는데 현재는 말라서 이 것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한다. 수영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중간은 꽤 깊은 것 같았다. 이 곳에서는 휴양지 정도 되지 않나 싶었다. 잠시 앉아서 쉬었다. 요즘 젊은 사람은 샌드스키를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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