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강원]운두령에서 한계령까지 31번 국도 드라이브

제로미의 2005. 3. 5. 17:52

운두령에서 한계령까지 31번 국도 드라이브   (2001년 5월 5일)

 

 

강원도 양구에서 끝나는 길, 31번국도가 있다. 남쪽 울산을 떠난 길은 동해안을 스치며 포항을 지나 영양으로, 태백으로 그리고 속사, 양구로 올라간다. 양구 너머 더 이상 길은 없다. 산줄기도 산줄기거니와 그 너머 철책선은 길더러 더 이상 가지 말라 한다. 자, 마음 편히 팔도강산 유람할 날을 꿈꾸며 강원도 운두령에서 한계령까지 31번길 드라이브!

 

운두령을 지나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100여㎞ 구간은 이 땅에서 보기 드문 울창한 숲 길이다.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평창쪽으로 빠진다. 첫번째 만나는 곳은 방아다리약수. 2㎞ 지점에서 우회전하면 약수터가 나온다. 방아다리로 가는 길 양편에는 전나무 그늘이 어둑어둑하다.

 

길목에는 산채와 샤브샤브를 내놓는 방아다리산방이 있다. 피부미용에 관심 있는 여성들을 위해 토굴 찜질방도 있다. 길을 돌아나와 온통 목공예품으로 치장한 황토 찻집 「감자꽃 필 무렵」에서 차 한 잔. 은곡이란 호를 가진 주인 사내에게 판소리를 청해본다.


때가 때이니만큼 이승복 기념관도 한번 들른다. 소년이 희생된지 40년 채 안된 세월, 세상은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 기념관에서 조금 더 가서 초가집 레스토랑 겸 민박집 「버드하우스」를 지나면 길은 가파르고 굴곡은 심해진다.

 

운두령(1089m)에 접근하기 직전, 근사한 횟집이 있다. 「운두령회집」이다. 언뜻 보면 잘 관리된 문화재처럼 보이는 기와집이 왼편에 보인다. 처마선이 고운 뜰로 들어서면 정자가 보인다. 하도 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아 개방한 개인집. 그 앞에 횟집이 있다. 영월에서 날라온 송어로 회를 내고 매운탕을 낸다. 개울물 소리가 듣기 좋다. 옆에는 황태찜구이를 내는 「구름마당」, 그 옆은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전원주택풍 민박집 「운두령산장」이다.

 

하늘과 길을 빼고는 온통 녹색잔치인 구절양장길이 고개 끝, 고개 너머까지 계속된다. 운두령에 올라 탁 트인 경치를 조망하고 다시 출발. 이곳부터 홍천군 상남삼거리까지는 인적은커녕 인가도 드문 숲 속 외길이다. 스위스 전원에 비유될 정도로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상남삼거리에서 우회전해 7㎞를 가면 개인약수로(약수터까지는 산행이 필요하다), 직진하면 인제 현리로 향한다. 현리까지는 13㎞.

 



배가 고프다면 현리 입구 방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한다. 「고향집」, 동해 갔다 귀경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먹고 가는 손두부집이다. 단돈 5000원에 정말 맛있는 두부전골을 맛볼 수 있다. 이 길로 9㎞를 가면 전국 제일의 방태산 휴양림과 방동약수가 나온다.

 

현리에서 인제쪽으로 2㎞ 정도 가면 왼편으로 한계령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자, 잠시 31번국도와 이별. 이번에는 빽빽한 전나무와 낙엽송이 하늘을 가리는 독일풍 숲 속 451번 도로 드라이브다.

가끔 뵈는 인가, 그리고 지겹도록 따라붙는 전봇대들을 제외하면 당신은 숲에 포위됐다. 숲도 보통 숲이 아니라 「삼림지대」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거대하고 울창하다. 길은 그 숲과 산을 이리저리 방황하며 한계령을 향한다. 어디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이대도 마치 광고사진처럼 반짝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파른 산길 중턱에 필례약수가 숨어 있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출발, 한계령에 금방 닿는다.

 


이제부터 자유. 바다가 그리우면 44번국도로 동해로 간다. 다시 산이 그립다면 속초로 북상해 설악동으로 들어간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서울을 떠났다면 설악동에 닿아도 해는 멀쩡하다. 배가 고프면 설악동 초입 「멧돼지마을」에서 멧돼지고기를 먹어본다. 하루 나들이라면 공원 내 권금성 케이블카로 아쉬움을 달래고 출발. 오는 길이야 고속도로가 편하지만 이틀 여유가 있다면 설악동이나, 31번 국도 길목마다 나타나는 예쁜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으면 좋다.

 

▶ 드라이브 코스(서울기준):영동고속도로 속사IC 31번국도 2㎞ 지점 우회전하면 방아다리약수, 방아다리산방(토굴민박, 찜질방, 산채, 샤브샤브·0374-333-0606) 1㎞ 전방 오른편 언덕에 카페 「감자꽃 필 무렵(전통차·0374-333-6724)」 1.5㎞ 전방 오른편에 「산마을풍경 (황토민박 겸 찻집·0374-333-4412)」 이승복 기념관 2㎞ 왼편 초가흙집 「선비촌(산채정식, 한방차)」 1㎞ 왼편 예쁜 민박 겸 흙집 레스토랑 「버드하우스」 여기부터 운두령을 향해 길이 조금씩 가파라진다 15㎞까지 근사한 공간 3군데가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