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쿠스코 근교도시와 마을
5월7일(일요일)… 쿠스코 근교도시와 마을
이틀동안 제대로 잠을 못잤다. 한국에 있었으면 늦잠을 자고 있을텐데…
여행다니는 것이 더 치열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려고 했건만 간밤에 부탁한 모닝콜이 5시45분에나 울렸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급하게 나가니 다니엘이 대기중이었다. 공항으로 가서 수속을 밟았다. 페루의 AVIANDINA항공이었다. 우리는 정보중에 쿠스코에서 리마로
올때 비행기는 오른쪽 자리를 선택하여야 우르밤바강과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하여 리마에서 갈 때 일부러 왼쪽자리를 원하였다. 자리가 4명 모두의 자리는 없었고 맨 뒷자리를 주었다. 내 자리가 가장 왼쪽자리였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였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간단한 샌드위치를 종이상자에 담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시간 거리면 주스정도였던
것
같은데… 작은 배려가 기분좋았다. J가 주선해 준 고려여행사를 통한 쿠스코관광은 3박4일의 투어였다. 쿠스코공항에 도착하면 가이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4명이 1,915불. 우리의 예산에 비하면 호화로운 여행이다. 이제 저렴한 배낭여행이 아닌 편안한 투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1시간동안 비행기 안에서 안데스산맥의 만년설과 작은 분지에 고인 물도 보고, 원래 보고자 했던 우르밤바강은 찾지 못했다. 잘 구획되어 있는 쿠스코시내를 바라보며 쿠스코에서의 관광에 기대가 되었다. 쿠스코공항에 도착하니 리마에서와 마찬가지로 트랩을 통해 내려와 작은 공항을 통과하니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은 에바. 봉고차정도의 차가
대기중이었다.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에바는 설명을 열심히 해 주었다. C가 열심히 들었다. 아마 일정에 대한 설명이었나 보다. 호텔 로얄 잉카에서 잠시 쉬는데 호텔직원이 코카차를 주었다. 우리는 고산병에 좋다고 하여 무조건 마셨다. 아마 마약성분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걸 걱정하기 보다는 고산병 예방이 주 목적이었다.
9시부터 관광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가이드 투어로 가게 되었다. 에바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로 우리는 인계가 되었다. 중간버스정도 크기였고 이미 사람들이 타고 있어 우리는 같이 앉을 자리는 없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에바는 중간중간 연결만 해 주었다. 이번 가이드는 건축학을 전공했다는 실비아였다. 페루사람이 하는 영어발음은 듣기가 편했다. 다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페인어처럼하나도 못알아 듣는 것 보다는 나았다. 피삭의 일요시장이 서는 날이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오늘의 투어는 쿠스코 외곽관광. 삭사이와만 앞에서 잠시 내려 사진만 찍고 피삭으로 향했다. 중간에 마을이 내려다 보는 장소에서 버스가 섰다. 실비아는 쉴 사이 없이 설명을 했고 중요한 곳은 세워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물론 우리 팀중에서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차를 세워달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우르밤바강이 내려다 보이는 피삭마을을 보며 사진도 찍었다. R이 멀미가 심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인디오 소년이 향기나는 풀을 주었고, 실비아는 그 풀을 비벼서 R에게 향기를
맡으면 한결 괜찮을 거라며 주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R은 힘들어 했다. 그곳에서 인디오가 팔고 있는 기념품(악기를 작게 한 소품으로 목에 걸 수 있도록 함)을 하나씩 샀다.
가격은 1솔(1솔은 우리나라 돈 400원이 안됨). 목에 하나씩 걸었다.
피삭시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버스를 주차하고 내리니 인디오 소녀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손짓을 한다. 글쎄 표정이 뭐라 그럴까? 왠지 애처로운 표정? C는 그냥 갈 수 없다며 사진을 같이 찍는다. 사진 같이 찍은 TIP요구에 달러 동전을 주었더니 솔로 달라고 한다. 동전이 환전이 안되나 보다. R은 화장실 들락날락… 우리는 인디오 시장인 피삭시장
구경을 했다. 주변의 인디오들이 일용품과 민예품을 가지고 모여들어 노점을 형성하고 있었다. 별로 살만한 것은 없었다. 리마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들도 많았다. 정해진 시간에 다시 집합하여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한 버스에 탔지만 점심은 모두 나누어서 먹었다. 점심은 부페였다. 감자요리가 많았다. 실비아는 빨리 먹으라고 재촉을 했다. 다른 팀들이 오기 전에 먹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먹기 시작했을 때 단체학생들이 와서 식당은 시끄러웠다. R은 차만 마시고 불편한 속을 달래야 했다.
모두 점심을 마쳤는지 버스가 내려 주었던 곳을 다시 들러 다시 한 팀을 형성하였다. 다음은 오
얀타이탐보 마을이다. 프레잉카와 잉카문명이
남아 있는 마을 유적지였다. 버스로 한참을 달려도착하였다.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유적지가 보
기만 해도 압도당할 듯 하다. 마을을 지나 실비아를 열심히 따라 다녔다. C는 숨이 차다면서도 설명도 열심히 듣고 맨 앞에서 따라 다녔다. 아무래도 고산병이었다. 고산병에 시달리는R과 약간의증상을 보이고 있는 C.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지않고 다녔다. 마을에 인접한 산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데 그것이 비라코차와 닯았다고 한다.
안데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대전설에는 키가 크고 턱수염을 길렀으며, 피부색이 하얗고, 외투를 입은 불가사의한 인물이 반드시 등장한다. 그는 장년기를 지난 나이에 머리카락은 회색이고 몸집은 말랐다. 그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다녔고, 원주민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하였고, 그가 지나가는 모든 지역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병자의 손만 잡아도 병이 나았다. 모든 언어로 말할 수 있었는데, 모국어로 말하는 사람보다도 언어 구사력이 뛰어났다. 사람들은 그를 투누파, 타르파카, 비라코차-라파차 또는 파착산이라고 불렀다. 전설이 전하는 비라코차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교사였다. 그가 나타나기 전에는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생활했고,
야만인처럼 벌거벗고 다녔으며, 집도 없이 동굴에서 살다가 식량이 필요할 때에는 동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까지 찾아다녔다”고 한다.
비라코차는 이것들 모두를 변화시켜 후세 사람들이 향수를 품고 있는 잃어버린 황금시대를 구축했다고 한다. 또한 모든 전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비라코차가 문명화라는 사명을 수행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힘을 사용하지 않고 주의깊게 지시 했으며, 모범을 보여 문화적, 생산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특히 페루에 의학, 야금학, 농업학, 가축학, 문장학(잉카인들이 비라코차에게 배웠지만 나중에 잊어버렸다고 전해진다),공학과 건축학의 세련된 원리 등 다채로운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이런 비라코차는 제자들을 이끌고 바다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스페인이 이 곳에 왔을 때 인디오들은 비라코차가 돌아왔다고
믿고 순순히 그들의 지역을 내주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얀타이탐보는 쿠스코에서 88km. 성스러운 계곡의 거의 중심에 있다. 이 마을의 집들도 쿠스코와 마찬가지로 잉카의 초석위에 세워져 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산비탈에는 경사가 45도는 됨직한 사면에 계단이 만들어져 있으며, 산허리에는 6개의 거석이
세워져 있다. 그것도 1개의 중량이 50t정도 된다니 이 높은 곳에 누가 이런 거석을 세웠는지 신비롭기만 하다. 농사용 달력, 마을 안의 잉카시대에 만들어진 관개용 수로.하수로가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내일 마추피추를 가기 전에 프레잉카의 유적과 잉카시대의 유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자유시간을 보내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오늘의 투어는 끝난 셈이다. 점심식사를 하였던 우루밤바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이 투어는 각자의 맞춤식 투어인 듯 하다. 가이드가 각 사람마다 일정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여장을 풀었다.쿠스코 시내가 아닌 80km나 떨어진 이곳은 조용하고 휴양지 같았다. 하긴 쿠스코 시민에게 있어서도 이 곳은 가족단위의 휴양지라고 하니… 호텔에 오니 4시30분경.. 이제
쉴 수
있게 되었다. K와 나는 숙소에서 나와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고, 공중전화가 한국으로 전화할 수 있는 전화기임을 확인하였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같이 내렸던
한팀이 아는체를 한다. 손을 흔들고 한가롭게 쉬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모처럼 얘기도 하고, 집에 전화를 하기도 하였다.
쿠스코에서 돌아가면 나스카를 갈 수 있는 투어를 알아 봐 준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우리가 가져온 돈으로는 모자랄 것 같았고, 카드로 쓰자니 6%의 수수료가 너마 아까웠다. 일단 C의 달러로 먼저 쓰고 모자라면 보내 주는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나스카 투어의 비용이 얼마일지 알 수 없으니..
내일은 마추피추를 간다. 9시에 우리를 데리러 온다니 7시30분에 아침을 먹기로 하고 모처럼 여유러운 시간 속에 제대로 자지 못했던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