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어키(2003)

[터어키]2002년 월드컵

제로미의 2005. 3. 5. 21:19

2002년 월드컵

 

월드컵의 개최와 함께 다가온 터어키.. 인터넷상에 떠돌던 많은 글귀들에 감동 받았고, 이번 월드컵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터사모에 가입했다.

 

  인터넷에 떠돌던 글귀들..

 

터키가 우리와 가까운 이유는 그들이 돌궐이기 때문입니다. 돌궐을 백인들이 발음한 것이 투르크였고 투르크의 영어식 발음이 터키이지요. 돌궐은 고조선,고구려,발해 때부터 우리와는 같은 나라를 이루고 있던 부족연맹이었습니다. 고구려 발해가 망하고 돌궐이 독자적으로 행동해서 아랍으로 쳐들어가 세운 나라가 투르크였지요. 당연히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를 형제로 대합니다.  우린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터키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릅니다.

 

6ㆍ25 전쟁 당시 한국을 돕겠다고 1만4936명의 병력을 파견한 우리의 혈맹이다. 어찌 보면 오늘날 우리가 월드컵 개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혈맹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터키가 당시 참전을 결정하고 병력을 모집한 과정의 얘기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당초 터키는 한국전쟁에 5000명 정도의 병력을 보낼 작정이었다. 그러나 모병결과 1만5000명에 달하는 병력이 자원을 했다고 한다.

 

상당수 자원자들이 동양의 자그마한 나라가 전쟁으로 공산화될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도 나도 `한국행`을 자원했다는 것이다. 5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생존해 있는 터키의 참전용사나 그들의 후손들은 이름 앞에 `코넬리(한국인)`라는 표기를 하고 있단다. 우리는 이러한 터키인들의 `한국사랑`을 모른 채 그저 우리가 잘나서 이 만큼의 부를 누리고 산다고 생각해왔던게 사실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9년 8월 터키 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죽고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부는 7만 달러를 재난 복구 지원금 조로 보냈다. 이 돈을 받아 든 현지 공관장은 얼굴이 뜨거워 터키정부에 전달하지 못했다 한다.  넌지시 알아보니 가난한 방글라데시도 10만 달러를 보내 왔더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부끄러워 한 정신과 의사 등이 중심이 되어 모금한 100만 달러가 도착한 뒤에야 정부 지원금과 함께 전달해 겨우 체면을 차렸다. 7만 달러면 돈 얻으러 오는 가난한 나라 정상들에게 주는 용돈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보다 적은 돈을 6ㆍ25 참전국에 원조금으로 보내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으니 이런 망신이 없다. 당국자들은 예산사정 타령이지만, 그 항목을 늘리자는 목소리는 그 뒤에도 들어본 일이 없다.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성 지역사업 예산 한 항목만 줄여도 그런 망신은 면했을 것이다. 은혜를 모르는 나라의 국민이 외국에 그런 대접을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글귀들에 자극 받아서였을까? 터어키와 중국의 경기가 열리던 6월 13일(목) 선거를 마치고 동생과 친구들과 함께  상암으로 갔다. 터사모 회원으로 가입하고, 응원을 위해 노란티를 준다는 말에 경기는 오후 3시30분이었으나 아침 일직 나선 것이다.


운이 좋아 표가 있다면 경기장 안에서 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터사모 회원들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보다 일찍 온 사람은 몇 명 없었다. 어쨌든 2~3줄 정도 되었을 때 터어키를 위한 응원 연습이 진행되었다. "투르키에~ 투르키에~"  응원 연습을 한참 하다가 얼굴에 팔에 터키 국기도 그려 넣었다. 상암 PLAZA는 왼쪽은 중국, 오른쪽은 터키의 서포터즈들이 자리를 잡아 응원을 한다고 한다.

 

MBC에서 촬영 나왔다며 양측 서포터즈의 응원을 방송으로 내 보내겠다고 하여 이동하였다. 가는 도중 오늘이 터키의 날이라는 걸 알았다. 터키 사람들도 와서 그들의 공연을 보여 주어 잠시 구경하고, 열심히 응원하였다. 터키 축구 선수들이 오는 길목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기로 하고 우리들은 대형 터키 국기를 말아서 릴레이 하듯 서서 경기장 길목으로 갔다. 야트마한 야산에 터키 국기를 늘어 뜨리는데 경찰이 제지한다. 동호회 회원들이 잠시니까 봐 달라 사정해서 겨우 국기를 늘어 뜨렸다.


경기를 관람온 중국인이 많았다. 가끔 터키인들이 우릴 보고 같이 응원한다. 호응하여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이 터키 축구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지나간다. 순간이었다. 그들은 응원하는 우릴 봤을까?

 


 <터키 국기가 그려진 노란 티를 입고 응원하는 모습> 

 


  <터키의 날 행사에 참여하여 길거리 공연중>

 

다시 PLAZA로 돌아왔다. 축구장 안에 들어가는 건 포기를 하고, 동호회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응원을 하였다. 와 3:0으로 이기다니... 문화행사에 참여한 터키인들도 함께 와 춤추며, 응원하고, 각자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위해 목청껏 하루를 보내고, 월드컵에 이렇게 라도 참여하니 기분이 무지 좋다. 물론 경기에도 이겨서 더 기분 좋지만... 오늘 무료로 케밥을 준다고 하여 줄을 서서 기다려 케밥을 먹었다. 우리가 노란티를 입고 있어서인지 우릴 보는 터키인들은 승리의 감동에서 바로 호응해 준다. 함께 기뻐해 주고 나 자신도 즐거운 하루였다. 터키를 꼭 가리라.. 맘 먹으면서......